모성애1 간장게장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을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집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간장게장 속 꽃게 한 마리가 이토록 깊은 철학적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시인은 꽃게가 간장에 잠기며 겪는 마지막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 2025. 4.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