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학시험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 출제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정리 해 봤습니다.
도입부: 플라톤, 헤겔, 스피노자가 만난다면 (상상 대화시리즈 64)

파리의 한 카페, 현대의 시간 속에서 세 명의 위대한 철학자가 마주 앉았다.
플라톤은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욕망이란 결국 결핍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요? 인간이 완전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겠지요. 신은 욕망하지 않습니다. 인간만이 부족함을 느끼고, 그 부족함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헤겔이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플라톤 선생. 하지만 욕망은 단순히 결핍의 표현이 아닙니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 즉 의식의 성장입니다.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려 합니다.”
스피노자가 잔을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욕망은 인간의 본질 그 자체입니다. 결핍만이 아니라, 존재를 확장하려는 힘이죠. 예술, 과학, 모든 진보는 이 에너지에서 시작됩니다. 욕망이 없다면 변화도, 창조도 없습니다.”
이렇게 세 철학자는 ‘욕망’이라는 인간 본성의 힘에 대해 각자의 관점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이들의 대화처럼,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 ‘바칼로레아’에서는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징표인가?”와 같은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이 실제로 출제된다.
만약 대한민국의 대학시험도 암기식 문제에서 벗어나 이런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시험이 도입된다면, 우리 교육은 훨씬 더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인간을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본론: 욕망, 결핍의 증거인가? 창조의 에너지인가?
욕망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놓인 힘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 결핍을 채우려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 욕망은 정말로 우리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징표일까?
1. 플라톤: 욕망은 결핍의 표현
플라톤은 『향연』에서 “욕망은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랑(Eros) 역시 자신에게 없는 것을 추구하는 본성에서 나온다.
플라톤에게 욕망은 인간이 신과 달리 불완전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신은 모든 것을 갖추었기에 욕망하지 않는다.
즉, 욕망은 곧 결핍의 증거이며, 우리가 여전히 채워야 할 존재임을 드러낸다.
예시로, 배고픔은 음식이 없음을, 외로움은 관계의 부재를 드러낸다.
이처럼 욕망은 늘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2. 불교: 욕망은 괴로움이자 수행의 대상
불교에서는 욕망이 괴로움(dukkha)의 근원이라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욕망을 자각하고 초월하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다.
즉, 인간은 욕망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넘어설 때 진정한 자유에 이른다.
3. 헤겔: 욕망은 자기 인식과 성장의 과정
헤겔은 욕망을 단순한 필요(needs)와 구분한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자각하고,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고자 한다.
즉, 욕망은 한계의 증거이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성’과 ‘존엄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4. 스피노자: 욕망은 존재를 확장하는 에너지
스피노자는 『윤리학』에서 “욕망은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존재를 더 큰 현실로 확장하려는 능동적 에너지다.
예술, 과학, 사회 진보 등 모든 창조와 변화는 이 욕망에서 비롯된다.
실생활 예시로, 인류가 달에 가고자 한 것도,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 것도 모두 ‘더 나은 것’을 향한 욕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무리: 욕망, 인간다움의 시작
정리하자면, 욕망은 분명히 결핍에서 비롯되어 인간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징표다.
하지만 그 욕망을 자각하고 이성적으로 이용할 때, 인간은 성장하고 창조하며 자기 초월을 이룬다.
욕망은 인간 존재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위대함과 잠재력을 말해주는 힘이다.
결국 욕망은 인간의 불완전함이자, 동시에 인간다움의 시작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이 대학입시에서 출제된다면, 대한민국 교육도 주입식 암기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성찰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육도 이제 ‘정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철학적 교육 환경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욕망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징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위대한 잠재력을 일깨우는 능동적 에너지이다.”
이런 질문이 우리 교육의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우와 신포도 (121) | 2025.07.07 |
---|---|
자유와 행복의 관계 (88) | 2025.07.06 |
사상의 시장 (188) | 2025.07.03 |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지켜보며 간디를 떠올리다. (161) | 2025.07.02 |
소크라테스적 무지 (155) | 202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