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필로소피 랩' vii. 과학과 심리학. p.190-191. 하이데거 '기술 발전의 영향' 내용을 요약.
하이데거와 실용주의 철학자의 만남: 기술, 그리고 잃어버린 사색
(상상 대화 시리즈46)

“요즘 젊은이들은 왜 이렇게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걸까요? 가족과 함께 있어도, 자연 속에 있어도, 늘 화면 속 세상에 빠져있으니 말입니다.”
실용주의 철학자 존 듀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건넨다.
그의 옆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마르틴 하이데거가 앉아 있다. 하이데거는 잠시 침묵하다가, 깊은 눈빛으로 듀이를 바라본다.
“듀이 선생,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는 힘’을 잃게 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을 사색하지 않고, 단지 소비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만 몰두하게 되었죠.”
존 듀이 “그렇다면 인간은 기술의 노예가 된 겁니까?”
하이데거 “노예라기보다는, 기술이 우리 삶의 ‘틀’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인간은 이제 자연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오직 효율과 유용성의 관점에서만 바라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게슈텔(Gestell)’이라 부른, 기술의 본질적 지배입니다.”
본론: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의 틀
한때 인간은 땅에 의지해 먹고 살았고, 자연의 섭리를 따랐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우리는 계절의 변화, 하늘의 흐름, 땅의 숨결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기계와 연기를 내뿜는 공장, 대도시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천문학적으로 변했습니다. 엄청난 발전과 성장이 있었지만, 그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내면이 적응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이데거는 이 점을 깊이 우려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기술과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가치관과 이야기, 태도를 중시합니다. 모든 행동은 그 틀(담론) 안에서 일어나죠.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향한 현대인의 태도를 ‘게슈텔(Gestel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틀에 넣기’, ‘닦달’이라는 뜻으로, 인간이 자연을 오직 자원, 도구, 상비물품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나무, 강, 산, 농작물 등 모든 것을 인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얼마나 효율적인지로만 평가합니다. 자연은 더 이상 경외와 사색의 대상이 아니라, 무한정 착취 가능한 ‘자원 창고’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태도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집으로 삼아왔던 자연과의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과학과 기술의 객관성, 냉철함은 세상의 모호함과 신비로움을 가려버리고, 인간은 점점 더 삶의 본질로부터 멀어집니다. 하이데거는 “어디서든 우리는 기술에 묶여 부자유한 상태이며, 우리가 그것을 열정적으로 긍정하는지 부정하는지는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에 연결된 채 살아갑니다. 불꽃놀이를 눈으로 감상하기보다는 촬영에 몰두하고, 여행지의 자연을 마음에 담기보다는 사진으로 남겨 SNS에 올리는 데 집착합니다. 아이의 첫걸음마도, 가족과의 따뜻한 순간도, ‘좋아요’와 공유 없이는 진짜가 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렸고, 마음 한구석엔 허전함과 슬픈 갈망만 남았습니다.
하이데거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만약 하이데거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말을 건넨다면, 그는 이렇게 조언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기술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우리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자연을, 그리고 자신을 오직 ‘도구’와 ‘효율’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마십시오.
불꽃놀이는 사진으로 남기기 전에, 먼저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십시오. 여행지의 풍경은 SNS에 올리기 전에, 그 광활함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껴보십시오.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나누십시오.
진정한 삶은 기록이나 공유, ‘좋아요’의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삶의 신비와 깊이는, 오직 사색과 경청, 그리고 존재 자체에 머무를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기술의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 그리고 ‘존재에 대한 경외’입니다.
여러분이 다시 자신과 세계, 그리고 자연과 깊이 연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결론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동시에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하이데거는 우리에게 ‘기술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금 사색과 경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과 자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짜 만남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이 고민하는 마음에 작은 위로와 사색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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