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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도덕성 계산기가 있다면?

by 독사가 2025. 5. 27.

(내삶을 바꾸는 오늘의 철학 연구소/ '필소스피 랩'/ 조니 톰슨 지음 / 윌북) 내용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대화시리즈 25)

런던의 한 거실, 네 명의 철학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공리주의자 벤담, 밀, 시즈윅과 칸트의 대화


벤담 (이 먼저 입을 연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을 결정할 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준으로 삼는 것만큼 명확한 원칙이 있을까요? 쾌락 계산법으로 행동의 결과를 따져본다면,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책 결정이나 법 제정, 의료 윤리 등에서 이 원칙이 쓰이고 있지요.”

 

 밀 (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벤담 선생님, 저는 공리주의의 기본 정신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쾌락의 ‘질’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모든 쾌락이 똑같이 가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독서를 통한 지적 쾌락이 단순한 신체적 쾌락보다 더 고차원적일 수 있지요. 그리고 현실에서는 모든 쾌락과 고통을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규칙 공리주의처럼 일반적인 원칙을 먼저 세우고, 그 원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

 

시즈윅 (이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두 분의 말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모든 결과를 계산한다는 건 너무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는 때로 직관이나 도덕적 원칙에 기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공리주의가 실용적이려면, 구체적인 규칙이나 지침도 함께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비용-편익 분석처럼 쾌락과 고통을 비교하는 틀을 마련해 정책 결정이나 윤리적 딜레마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칸트(가 단호하게 말한다.)
“여러분, 저는 결과가 아니라 ‘의무’와 ‘동기’가 도덕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의 옳고 그름은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이 보편화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행해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거짓말이 모두에게 허용된다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겠지요. 따라서 도덕은 계산이 아니라, 이성적 원칙에 기반해야 합니다.”

 

벤담(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칸트 선생, 물론 동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실제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 도덕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목표는 고통을 줄이고, 더 많은 이에게 행복을 주는 것입니다. 쾌락 계산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민하고, 개인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하는 실용적 도구입니다.”

 


이처럼 벤담의 쾌락 계산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칙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다. 그는 쾌락과 고통을 일곱 가지 기준(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다산성, 순수성, 범위)으로 계량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벤담은 친구들과 연구실에서 온갖 행동의 쾌락을 계산하며, 사회의 양적인 효용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계산법은 오늘날 비용-편익 분석의 기초가 되었고, 정책 결정, 법 제정, 복지국가의 철학적 토대 등 현실의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재개발 정책을 둘러싸고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선택이 필요할 때, 각 선택이 시민들에게 주는 쾌락과 고통을 점수로 환산한다. 실제 사례에서 개발을 선택했을 때 시민 전체의 쾌락 점수가 1,145점, 보존을 선택했을 때 990점이 나왔다면, 벤담식으로는 개발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현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고등학교 학생회가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할 때, 스터디카페 조성(정신적 쾌락)과 매점 업그레이드(육체적 쾌락) 중 더 많은 학생에게 더 큰 쾌락을 주는 쪽에 점수를 매겨 결정한다. 점수로만 따지면 육체적 쾌락이 더 높게 나와 매점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도 있다. 쾌락의 양만을 기준으로 삼을 때, 정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게 되고, 질적으로 다른 쾌락을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벤담의 공리주의는 ‘배부른 돼지의 철학’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밀은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며 벤담의 이론을 보완하려 했고, 시즈윅 역시 현실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규칙이나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담의 쾌락 계산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최대의 행복을 주는 선택”을 고민하는 데 실용적 기준을 제공한다. 오늘날에도 정책 결정, 법률 제정, 의료 윤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사회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철학적 원칙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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