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

타자는 깨달음의 계기

by 독사가 2025. 5. 22.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의 내용 中

일부를 발췌해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철학은 세계와 인간의 본성을 고찰하는 행위다. 인류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리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옳고 그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수천 년 동안 사유를 이어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명확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답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은 끊임없는 제안과 부정, 그리고 새로운 관점의 등장 속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의 존재가 철학의 핵심 주제가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자는 깨달음의 계기다”라고 말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확고해도, 타자의 시각은 언제나 다르다. 우리는 종종 타자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네 생각은 틀렸어”라고 단정짓는다. 실제로 인류의 비극, 전쟁과 차별, 억압의 상당수가 자신과 다른 타자를 틀렸다고 배제한 데서 비롯되었다. 자신들의 무리와 반하는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억압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타자를 공격하고 고립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의 가치관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철학의 역할이다. 철학은 나와 타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오늘날 우리는 이기주의, 패권주의, 기술만능주의가 판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빠른 변화와 경쟁, 불평등, 환경 파괴, 소통의 단절 등 수많은 문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철학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돕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한다. 또한, 기술 발전과 인간의 가치를 성찰하게 한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무지의 자각에서 출발해, 스스로 질문하고 타인과 대화하며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게 행동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적 판단의 보편성을 강조하며,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다. 레비나스는 “타자는 나에게 윤리적 책임을 일깨운다”고 말하며,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인간다운 삶의 시작임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철학은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추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 갈등, 차별, 소외, 기술의 윤리적 문제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고의 틀이다. 철학은 타자와의 만남, 다양한 관점의 수용, 자기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사회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이기적인 시대일수록, 철학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왜 사는가? 타자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진정 옳은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끊임없는 사유와 대화, 바로 이것이 철학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철학자들의 존경 어린 대화  (상상속 대화시리즈 21)

소크라테스, 칸트,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강연

한적한 서재에서 세 명의 철학자가 마주 앉았다.


연륜이 묻어나는 소크라테스가 먼저 입을 연다.

“칸트 선생, 그리고 레비나스 선생. 그대들과 이렇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전해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질문하는 것, 그것이 철학의 시작이라 믿습니다.”

 

중후한 목소리의 칸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소크라테스 선생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행동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의 이기주의와 패권주의는 바로 이 보편적 윤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타인을 수단으로 여기는 순간, 사회는 분열되고 불의가 판치게 됩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비교적 젊은 레비나스가 두 선배 철학자에게 존경을 표하며 말을 잇는다.

“두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타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핵심입니다. 철학은 나와 다른 존재를 만나는 순간, 진정한 윤리와 책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두 분의 깊은 사유와 실천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세 철학자는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사유를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이처럼 철학은 세대를 넘어,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이 만나 더욱 풍요로운 지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반응형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여를 채우는 사랑  (50) 2025.05.25
필멸적 존재.... 인간.  (59) 2025.05.23
사랑의 온전함  (58) 2025.05.21
작은것에 감사하는 법  (100) 2025.05.20
인간본성에 대한 끝없는 토론  (58)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