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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작은것에 감사하는 법

by 독사가 2025. 5. 20.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中 '세이 쇼나곤 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부분을 발췌하여 다시 정리한 내용입니다.

 


'세이 쇼나곤 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세이쇼나곤과 니체의 대화

세이 쇼나곤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직 자신만의 시선, 자신만의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합니다. 그녀의 글에는 중립적인 관찰이란 없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마치 몇 세기 후 니체가 말한 ‘관점주의’와도 닮아 있습니다. 니체는 진실이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해석하며,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죠. 쇼나곤 역시 우리에게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라”고 조용히 권합니다.

 

현대 사회로 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들은 정말 나의 생각일까요? 친구, 전문가, 그리고 알고리즘의 영향 아래 우리는 어느새 희미한 렌즈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새로 생긴 스시집을 정말 좋아하는지, 아니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가는 것인지, 타지마할이 정말 아름다운 건지, 아니면 인스타그램 속 사진에 이끌린 건지, 우리는 자주 헷갈립니다. 우리의 신념은 점점 얇아지고, 진짜 나만의 생각은 희미해집니다.

 

쇼나곤은 자기만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녀는 벚꽃을 사랑했습니다. 벚꽃은 짧게 만개하고, 이내 모두 떨어져버립니다. 이 덧없음은 불교의 ‘무상’과 닮아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집니다. 대부분의 문화는 이 사실을 두려워하거나 감내하지만, 일본 문화는 이 덧없음을 오히려 찬양합니다. 14세기 승려 요시다 겐코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그 불확실성”이라 했고, 일본 연구자 도널드 리치는 “아름다움은 덧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 말했습니다. 벚꽃은 그 짧은 수명 때문에 오히려 더 사랑스럽습니다.

 

쇼나곤은 완벽함보다 순간의 ‘딱 좋음’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여름은 가장 더울 때, 겨울은 가장 추울 때가 가장 좋다고 했죠. 모든 것은 본질에 맞아야 하고, 계절과 분위기에 어울려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녀는 사물의 작은 차이와 순간의 미묘한 감각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삶은 수많은 작은 기쁨의 총합입니다. 슬픔은 무겁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그 무게조차 환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 작은 것들의 위대한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할지도 모릅니다.

 

쇼나곤의 철학은 우리의 정체성이 자기 주위에 무엇을 두기로 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무엇을 둘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내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택을 겉으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어떤 것이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향하는 첫걸음입니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일하는 동안 곁에 두기 위해 처음으로 작은 꽃을 꺾은 사람은 인생의 기쁨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세이 쇼나곤과 니체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선택한 관점, 그리고 곁에 두는 작은 것들에서 비롯됩니다. 삶의 아름다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기쁨과 순간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야말로 우리 각자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니체와 세이 쇼나곤의 현실적인 대화 (시리즈 19)

니체: (조금 무겁고 진지하게) 쇼나곤, 당신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삶이란 결국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된 조각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진실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그중 무엇을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하죠. 당신은 어떻게 자기만의 렌즈를 지키려 애썼습니까?

쇼나곤: (조용하고 단아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니체님, 저는 남들이 뭐라 하든, 내 마음에 드는 것과 싫은 것을 솔직히 적었습니다. 벚꽃이 피는 순간, 그 짧은 아름다움에 마음이 움직이면, 그 감정을 숨기지 않았죠. 남의 시선이나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생각을 쉽게 따라가지만, 저는 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니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요. 당신의 태도는 저와 닮아 있습니다. 저는 인간이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할 때, 비로소 삶을 긍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남들이 정해준 가치가 아니라,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진정한 힘이죠.

쇼나곤: (미소를 지으며) 맞아요. 저는 매일 아침 창밖을 보며,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으려 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제겐 충분합니다. 니체님, 우리 모두가 아침에 눈뜨고 첫 광경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니체: (따뜻하게) 네, 쇼나곤. 결국 철학자의 일은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신처럼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고, 그 기쁨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긍정하는 길입니다.

이처럼, 세이 쇼나곤과 니체의 철학은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작은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우리 각자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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